[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다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가 더디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 발언에 달러 강세가 재개됐다. 이에 환율 상승 속도는 가팔라지겠으나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98.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5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1.0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9.15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는 1400.9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91.0원)보다는 9.9원 올랐다.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야간장에서 환율이 또 다시 1400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가 영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준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또한 주요 연준 인사의 공개 발언도 달러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생각보다 중립금리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중립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추거나, 더 빠르게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46.1%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보다 상승한 것이다. 25bp 인하 확률은 53.9%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 매파 발언 영향으로 국채금리는 다시 소폭 올랐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3.5bp(1bp=0.01%포인트) 오른 4.414%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4.9bp 상승한 4.321%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3.3bp 오른 4.599%에서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는 강세다. 달러인덱스는 20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기준 106.63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6 초반대에서 중반대로 오른 것이다. 아시아 통화는 약세가 심화했다. 달러·엔 환율은 155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4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달러 강세와 함께 연이어 국내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심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출업체의 이월 네고(달러 매도) 유입 물량과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이 환율 상승 속도를 제어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또 다시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외환당국이 속도조절을 위한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경계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점 인식에 따라 수출업체가 매도 물량을 내놓을 경우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