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27일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며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장보다 13.98포인트(0.55%) 내린 2,520.36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3.68포인트(0.53%) 하락한 639.15로 장을 마쳤다.
최근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기관 투자자가 전날에는 2천373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6거래일 만에 순매도 전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689억원 순매도하며 이틀째 '팔자'에 나섰다.
전날 국내 증시를 억누른 것은 '트럼프 포비아'였다.
개장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취임 첫날(내년 1월 20일) 중국 제품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는 25%의 관세를 물린다고 밝혔다.
특히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중(對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으로 관세 장벽이 없는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확충해 온 국내 주요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커진 분위기였다.
이날도 국내 증시를 둘러싼 투자 심리는 불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미국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 지원금 지급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하면서다.
반도체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 법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고, 이에 따라 두 회사가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자 간밤 뉴욕증시의 전반적인 호조에도 반도체 업종은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3.74포인트(0.28%) 오른 44,860.3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26포인트(0.57%) 상승한 6,021.63으로 장을 마쳐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1.46포인트(0.63%) 오른 19,174.30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AMD(-2.42%), 마이크론(-2.57%), 퀄컴(-1.19%)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은 약세를 나타냈고,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데피아반도체지수는 60.36포인트(1.21%) 내렸다. 엔비디아는 전장 하락에 따른 되돌림이 유입되며 0.66% 오른 136.92에 장을 마감했지만 140달러선은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트럼프 포비아는 선반영됐다는 점, 간밤 공개된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컨센서스가 확인됐다는 점이 지수 하단을 받쳐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트럼프 당선인과 2기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시장 흐름이 연동되는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트럼프 1기 때의 학습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전보다는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의 자동차,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발 관세 악재는 전날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미국 소비 시즌 기대감 등이 주가 복원력을 유지해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