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엔비디아가 3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는 약세를 보이며 21일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올해 3분기 350억8천만달러(약 49조1천190억원)의 매출과 0.81달러(1천134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하지만 4분기 매출 전망치는 '375억달러±2%'로 제시해 시장 기대(370억8천만달러)에 못 미쳤다.
정규 거래에서 전날보다 0.76% 내린 145.89달러를 기록한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3% 넘게 급락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4분기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공급량을 더 늘릴 예정이며, 당분간 블랙웰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밝히자 낙폭은 1%대 안팎으로 줄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전망이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다만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왔을 때의 주가 급락은 신규 혹은 추가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2% 올랐고, 나스닥종합지수는 0.11%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보합을 나타냈다.
다우존스와 S&P500은 장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장중에는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세가 격화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장중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대규모 공습할 수 있다는 소식에 키이우에 있는 각국 대사관이 임시 폐쇄되고 자국민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는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다음 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47.7%까지 올라왔고,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52.3%까지 내려왔다.
미셸 보우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현재 미국의 노동 시장은 강한 반면 물가는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영향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이 될 공산이 크다.
전날 코스피는 0.42% 오른 2,482.29에 마감했다. 지난주 잇따른 하락세를 끊어내고 3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8천200억원으로 지난 5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7조원대로 내려섰고, 외국인 투자자도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진 탓이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등은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데 여전히 하락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거래를 일으키는 강력한 촉매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게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