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주 만에 동반 하락했다. 새로운 호재가 없는 가운데 연속된 상승세를 뒤로 하고 숨 고르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도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7% 하락한 4만2677.24에 마감했다. S&P500지수도 0.39% 내린 5940.46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도 1만9142.71로 마감하며 전날 대비 0.38% 떨어졌다. 미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마감한 것은 지난 6일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금리가 일본 국채 입찰 부진 여파로 상승하자 미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여기에 유럽 각국 채권 발행액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1조유로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재차 4.5%를 넘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새로운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됐지만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상승하는 차별화가 나타났다. 빅테크 7곳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 종목들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모두 떨어졌다. 업종 차원에서도 필수소비재와 의료건강, 유틸리티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내렸다.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을 두고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가운데 증시 과열 경계감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타난 모습이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들은 이날 공개 발언을 통해 물가 안정을 재차 강조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아직 관세 영향이 실제로 수치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선행 매수, 재고 축적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관세 부과 전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곧 가격 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뒤흔들 수 있는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 앞에서 가격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대중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정치 잡음, 주요국 금리 상승 경계 심리 등으로 혼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장중 발표될 한국 5월 수출 지표, 대선 정책 등에 따라 개별 테마주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와 밀접한 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0.71% 하락했고, MSCI 신흥국 ETF도 0.11%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0.14% 하락 마감했다.
다만 외국인 순매수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간 38조원대의 역대급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3000억원 규모 순매수로 전환했다.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셀코리아'가 진행된 이후 '바이코리아'로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순매수 강도는 점진적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큰 충격이 없었지만, 관세 여진과 그에 따른 경제지표와 이익 전망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1400원대를 밑돈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에게 단기 환차익 유인을 제공하겠지만, 이는 한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일환일 수 있다"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으로 자연스레 나타난 강세가 아니라 인위적 원화 절상이라면 외국인 순매수 중단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