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국내 증시에서는 종목 이름으로 생긴 오해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종종 등장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영풍제지 주가는 장 초반 전장 대비 최대 29.66%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폭이 대폭 줄며 1.32% 오른 1천305원에 마감했다.
당시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스피가 장중 보합세였고, 영풍제지는 별다른 호재도 없었다.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영풍'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개장 직후 영풍제지를 대거 사들인 것이다. 문제는 영풍제지는 영풍그룹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실제 관계사는 영풍과 영풍정밀이다. 두 종목은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인터넷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영풍과 관련 없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급이 몰리는 게 중요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이것이 국장(국내시장) 수준" 등 우스갯소리가 쏟아졌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왕고래 테마주'로 묶인 한국석유가 있다.
아스팔트 등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한국석유는 동해 석유 채굴과 연관성이 없다.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석유공사는 비상장 회사로 한국석유와 관계가 없다.
그러나 한국석유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정 브리핑이 나온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후에도 테마주로 분류되며 1만3천원대였던 주가가 2만8천100원까지 오른 뒤 내리막을 타며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지난 13일 기준 종가는 1만7천160원이다.
노브랜드와 삼성공조도 투자자들이 헷갈리는 회사로 꼽힌다.
의류 디자인 회사인 노브랜드는 지난 5월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87.86%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1994년 설립됐으며 사명 노브랜드(Nobland)는 고귀하다는 영어 단어 '노블'(Noble)과 땅을 뜻하는 랜드(Land)를 합쳐 지었다.
타깃·월마트 등 북미 유명 마트와 갭 등 패션 브랜드의 의류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 경쟁력을 인정받은 영향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로 착각한 경우도 많아 득을 봤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시가총액 1천억원 규모의 코스피 소형주이자 액침냉각 관련주로 부상한 삼성공조도 삼성그룹 계열사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명이 비슷해 유탄을 맞은 사례도 있다.
2022년 오스템임플란트가 직원의 2천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와 무관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오스템 주가도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