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전망 후퇴(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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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아직 경기 침체가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고 실적 전망 후퇴의 폭이 크지 않지만, 실적 모멘텀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컨센서스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48곳 중 121곳(48.8%)의 실적 추정치가 한 달 전에 비해 하향 조정됐다.
하향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 38억원에서 11억원으로 71.7% 감소했다. 이 회사의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추정대로라면 1년 새 영업이익이 94.6% 급감하는 것이다.
저연차 아티스트에 대한 투자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대표 아티스트인 블랙핑크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어려운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카카오게임즈(-46.6%), 모두투어(-34.1%), 엔씨소프트(-31.5%) 등도 1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크게 후퇴했다.
대형주 중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3조6천606억원에서 12조7천424억원으로 6.7% 줄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대한 3분기 이익 기대는 다소 낮아지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지출은 여전히 강하지만 전통적인 스마트폰, PC와 같은 디바이스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2023년 공급과잉 때 산 가격에 재고를 축적한 고객은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HPSP, 이오테크닉스, 하나머티리얼즈, 하나마이크론 등 반도체 관련 종목 전반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0.3%), 현대차(-0.1%), LG화학(-4.6%), S-Oil(-5.3%) 등도 영업이익 전망이 어두워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기업은 86곳(34.7%)이었는데, 이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던 3분기 영업이익이 16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측돼 가장 높은 상승률(800%)을 기록했다.
한글과컴퓨터(34.4%), SK스퀘어(30.8%), 크래프톤(28.8%) 등도 이익 추정치가 유의미하게 늘었다.
이들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합은 71조4천826억원으로, 1개월 전의 72조1천537억원보다 1%가량 줄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의 변동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실적 모멘텀이 둔화될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8월부터 둔화된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둔화로 방향을 틀면서 코스피 실적 전망치도 하향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코스피 상장사의 3분기, 연간 실적 자체는 전년 대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익수정비율(이익전망 상하향 종목수 비율)이 하락 전환하는 등 투자 심리는 이미 악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현재 형성되어 있는 실적 컨센서스에 대한 달성 여부인데 AI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 경기선행지수 기준 경기둔화 국면 진입 등을 고려했을 때 달성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고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물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율 개선과 반도체의 높은 이익 증가율이 코스피의 실적 증가로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전방 수요 둔화 가능성이 높아 물가와 금리가 모두 하락하는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