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준중형 전동화 SUV ‘더 기아 EV5’. 사진 제공=기아
[서울경제]
현대차그룹이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다. 기아는 중국 옌천공장을 신흥시장을 향한 전진기지로 낙점해 수출량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현대차는 친환경차와 제네시스를 앞세워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2년 전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기아 IR자료에 따르면 기아의 중국법인인 ‘기아기차유한공사(KCN)’는 올해 7월까지 누적 13만 1730대를 중국 내수와 수출을 통해 판매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66.5% 늘어난 실적이다. 올해에는 2022년 12만 6865대, 2023년 16만 6226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 로컬 기업들의 성장세, 중국인의 애국소비 등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했던 기아가 지난해부터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을 무조건적으로 돌파하기보다는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전략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 중국법인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기아의 유일한 중국 공장인 옌천공장의 변신이 자리한다. 기아는 지난해 말 옌천공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전환했다. 판매가 부진한 중국 내수용 차량 대신 신흥시장을 위한 수출용 물량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실제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전체 판매량의 32.9%인 4만 4574대가 중국 현지에서 판매됐다. 67%가 넘는 차량이 신흥국으로 수출되며 실적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기아 중국법인은 기존 수출국 50여 개국에 더해 최근 중동과 중남미까지 대상을 확대하며 총 76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기아의 현지화 전략도 실적 상승에 한몫한다. 올해 기아 중국법인이 판매한 ‘베스트셀링카’는 소형 SUV인 KX3다. 국내에선 셀토스로 알려진 차량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외관과 성능을 중국 시장에 맞춰 조율하는 등 철저히 현지화하며 올해 7월까지 중국 내외로 3만 727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출시된 전기차 EV5도 기아 중국법인의 핵심 차종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같은 기간 5994대가 팔렸다.
호실적이 이어짐에 따라 올해 2분기 기아 중국법인은 8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기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아 중국법인은 올해 2분기 약 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분기 기준 기아 중국법인의 마지막 흑자는 2019년 2분기(영업이익 158억 원)가 마지막이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사태 이후 급격히 쪼그라든 판매량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당시 보복 사태의 영향으로 기아는 옌첸 공장의 1공장의 문을 닫고 2~3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총 8만 6664대를 판매하며 월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1.2%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14.5% 상승한 7386대를 판매하며 미국 월간 최다 판매량을 경신했다. 87만 370대로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성적을 올해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던 중국에서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를 예고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REV의 중국 내 연간 목표 판매량은 3만 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