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20조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이 10조9240억원, 코스닥 시장이 9조1590억원 규모다. 지난 13일 20조1216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20조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25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신용공여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신용거래가 이용된다. 신용공여 잔고 증가는 빚을 내서 주식을 하는 '빚투' 투자자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에 빚투 자금이 몰리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달동안(5월14일~6월14일) 신용공여 잔고 증가율 상위 업종 1위는 전기가스업, 2위는 음식료품이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기가스업종 중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777억5200만원으로 한 달 동안 497% 증가한 규모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 초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계획 발표 이른바 '대왕고래' 테마주로 분류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같은 기간 주가는 87% 뛰었다.
음식료품 업종에도 빚투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의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111억5000만원으로 한 달 새 702% 늘었다. 롯데웰푸드의 잔고는 34억2800만원으로 337.35% 늘었고 농심홀딩스 잔고는 9억1700만원으로 251% 늘었다.
최근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증가하고 주요 기업의 실적 성장이 맞물리며 음식료 종목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이 기간 25% 증가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이 K푸드의 인기가 기업의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견인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음식료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음식료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2배로 코스피 대비 14% 수준이지만 향후 실적 성장을 감안해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대형 주도주 없이 빠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빚투'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가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며 "최근 동해 석유, 재생에너지, 음식료, 화장품 등 테마·업종 간 빠른 순환매가 나타난 점이 신용융자의 가파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