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확대 목소리 커지자
기업들 올해 6.4조 소각 예정
코스닥도 2500억 역대 최대
3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된 올해 기업이 공시한 자사주 취득 예정 금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가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 기조에 발맞춰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상장사가 전날까지 공시한 자사주 취득 예정 금액은 2조211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조 7200억원보다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예정 금액 규모는 지난 2020년 이후 2021년 9700억원, 2022년 1조3716억원 등 2조원을 넘지 못하다가 올해 2조원을 돌파했다.
이때 자사주 취득 예정 금액이 3조원을 넘었던 사례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취득에 나섰던 지난 2016년과 2017년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조4000억원의 특별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4회에 걸쳐 완료했고, 2017년에도 9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마치면서 이례적인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있었다.
이 기간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기아였다. 기아는 지난 1월 25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완료한 뒤 그중 절반(50%)을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금융지주들도 올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지난 2월 올해 1분기 중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잔여지분을 전량(약 1400억원)을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코스닥 상장사의 자기 주식 소각 예정 금액의 경우 6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기준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자사주 소각 예정 금액은 2505억원으로 전년도 6월 기준의 115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2021년의 자사주 소각 예정 금액 263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소각 예정 금액도 2배 넘게 늘어났다. 이달까지 유자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예정 금액은 6조4651억원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의 2조 6861억원보다 241% 증가한 수치다.
일본 상장사들도 밸류업 정책 시행의 영향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액이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업 첫해인 지난해 일본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효과’와 더불어 기업의 이익 증대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700개사 중 분석이 가능한 622개사의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36조44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9조48억원)보다 91.78% 증가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일본은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굉장히 많았다”며 “기업의 이익은 증가했는데 상대적으로 투자를 당장 집행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면 자사주 매입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늘어난 것은 많이 기업들이 밸류업 참여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도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서 주주환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