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발 관세 폭탄 충격으로 전세계 증시가 출렁인 가운데 중국에선 국유기업들의 주식 사기 열풍이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만 중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60조원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금융 정보업체 윈드 데이터를 인용해 이달 20일 기준 전체 금융시장의 ETF 규모는 4조116억위안(약 782조원)으로 처음 4조위안을 돌파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상품 별로는 주식 ETF가 2조9500억위안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경간 ETF(4976억위안), 채권 ETF(2301억위안), 화폐형 ETF(1740억위안), 상품형 ETF(1482억위안) 순이었다.
ETF 시장 규모는 이달 들어 크게 성장했다. 윈드에 따르면 4월 이후 ETF 순유입액이 3200억위안(약 62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ETF 상품별로 보면 중국 최대 규모 ETF인 화타이바이루이300ETF에 가장 많은 453억위안(약 8조8000억원)이 유입됐다. 화샤300ETF(354억위안), 이팡다300ETF(320억위안)에도 300억윈 이상의 자금이 쏠렸다.
중국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국유기업이 적극 주식 매수에 나서는 등 정부 차원의 부양책 효과로 보인다.
이달 7일 전세계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상호관세 여파로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중국 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7일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거래일대비 각각 7.34%, 10.79% 급락했다. 홍콩 증시의 항셍종합지수(-13.7%), H지수(-14.3%)도 두자릿수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화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기술주가 관심을 받으면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관세 충격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덮쳤고 중국도 여파에 휩쓸리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게 됐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앙휘진은 7일 중국 자본시장 발전 전망에이 낙관적이라며 ETF 보유량을 늘렸고 앞으로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유회사인 중국청퉁그룹, 중국궈신 등도 ETF와 국유기업 주식 보유량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유회사들의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대고 필요시 충분한 재대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지원 사격했다.
전세계 경제무역 불확실성으로 증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체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화샤펀드의 쉬안웨이 수석 전략 분석가는 “ETF는 수수료율이 낮고 운영이 투명하며 거래가 편리하고 전략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가 위험 노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산 배분을 돕는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가 등의 적극적인 ETF 매입에 힘입어 중국 증시도 충격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7일 3096.58까지 떨어졌던 상하이지수는 18일 3276.73으로 5.8% 가량 올랐다. 선전지수도 같은기간 1777.37에서 1881.01로 5.8% 상승했다.
한편 현재 중국 ETF 시장은 주식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향후 채권 등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국신증권은 이날 연구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베타·고정수익·다중자산 ETF 등으로 방향을 확장해야 시장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며 “다양한 자산을 배치하는 ETF는 투자 위험을 낮추고 다양한 시장 발전 기회를 포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