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의 고점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연말 장세가 시작되면서 거래량은 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수급에 의해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와 외환당국의 적극적 시장 안정 조치에 환율 상단이 제한되는 반면 수입업체 결제, 외국인 국내증시 이탈 등이 지속되면서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443.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7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51.4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6.7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새벽 2시 마감가는 1448.5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451.4원)보다는 2.9원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11월에도 둔화세를 멈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예상보다는 낮게 나오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소폭 진정됐다.
연준이 지난 19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내년 금리 인하 전망 폭을 축소하고, 이로 인해 시장이 충격을 받은 만큼 최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미국 상무부는 11월 PCE가 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2.4% 각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0.2%↑·2.5%↑)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낮은 수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2.8% 각각 오르며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0.2%↑·2.9%↑)를 각각 0.1%포인트씩 하회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월 PCE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점에 주목하며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내년 금리 인하 폭이 올해보다 좁아진다 하더라도 연준이 정책금리를 합리적인 수준까지 내릴 것이란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이번 물가 지표 발표가 다소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PCE 물가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시장은 내년 3월, 그리고 10월에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치솟던 달러도 누그러졌다. 달러인덱스는 12일(현지시간) 오후 6시 27분 기준 107.8을 기록하고 있다. 108을 상회하던 것에서 하락한 것이다.
아시아 통화 약세도 진정됐다. 달러·엔 환율은 156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8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는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강세다. 가토 재무상은 “투기적 동향을 포함한 환율 움직임을 주지하고 있으며 급격한 변동이 있을 시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이날 환율도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가능성 등에 환율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입업체 결제 수요 등 달러 실수요 매수가 여전하고,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환율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