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420원 중후반대로 또 다시 레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 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부결되면서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원화 디스카운트와 함께 외국인 ‘셀 코리아’까지 겹치면서 환율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당국이 얼마나 속도조절을 해줄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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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투표 참여 촉구하고 있다. | |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422.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6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4.9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새벽 2시 마감가는 1423.0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419.2원)보다는 3.8원 올랐다.
지난 7일 국회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부결 시 매주 토요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위험자산인 원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엔화, 달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지속되면서 환율에 상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환율 레벨이 다시 뛴 만큼, 외환당국이 장중 강한 실개입에 나서면서 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속도조절 만이 환율 상단을 누를 수 있다.
주말새 미국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전월보다 22만7000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20만명 증가였다. 11월 실업률은 4.2%를 기록해 전월치인 4.1%를 상회했으나 예상치에는 부합했다. 11월 고용 결과를 두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마감 무렵 14.9%까지 내려왔다. 25bp 인하 확률은 85.1%까지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베팅이 늘었지만, 주요 연준 인사는 신중론으로 더 기울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나는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만큼 충분한 긴축을 단행했는지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달러화는 소폭 약세다. 달러인덱스는 8일(현지시간) 오후 6시 14분 기준 105.9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9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7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편 이날 장중 중국의 11월 생산자·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만일 시장 예상치를 하회해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낸다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